“민주정부 10년이 남북대결 벗어난 유일한 시기”
2015-10-06 08:42:16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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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부 10년이 남북대결 벗어난 유일한 시기”

10.4 남북정상선언 8주년 국제학술토론회…한국정부 주도적 역할 강조
대북정책 패러다임 전환, 교류창구 지방정부와 민간에 대폭 확대 주문도

 

10월 2일 10.4 남북정상선언 8주년 기념식에 앞서 국제학술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특히 노무현재단, 한국미래발전연구원, 한반도평화포럼, 통일맞이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와 제휴하여 처음 치른 국제학술행사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채텀하우스(Chatham House)의 존 닐슨 라이트(John Nilsson Wright) 아시아 프로그램 담당관과 제임스 호어(James Hoare) 전 주북한 영국대사관 대리대사는 ‘EU경험과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방향’을 주제로 토론회 제2세션 발표에 나섰습니다.

“평화구축 위해선 한국 역할 중요…강력한 리더십 있어야”

‘EU경험으로 본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방향’을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한 존 라이트 담당관은 “미국 주도적 국제질서와 냉전으로 인해 각국이 정치·이념적 대립과 군사적 대결구도 속에 있었다는 점 등에서 ‘헬싱키 프로세스’가 시행된 1970년대 유럽 상황은 현재 동아시아 상황과 유사성이 있다”면서 “동북아 지역의 평화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헬싱키 협정과 그 맥락에 주목한 노 대통령의 안목이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라이트 담당관은 “하지만 헬싱키의 바탕이 된 ‘국가 간 협력’ 정신이 동북아 국가들 사이에 부재할 뿐 아니라 최근 영토 분쟁, 무기 개발, 국제기구 설립 등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일본, 북한, 한국의 상황을 봤을 때 경쟁과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평화체제 설립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럼에도 평화 구축을 위해서는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미중 관계가 동북아 지역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시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낙관주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한국이 통일 과정 시작한다면 누구도 멈출 수 없을 것”

이어 ‘유럽이 바라본 한반도 현실과 6자회담 전망’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제임스 호어 대사는 “많은 이들이 유럽의 통합 경험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모습을 볼 때 유럽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모델을 제시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남북이 무익한 대결구도에서 벗어났던 건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간 뿐이었다”면서 “외세 개입 없이 당사자인 한국과 북한 둘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한국인이 한국인에게 이야기해야만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6자회담에 대해서는 “북한이 미국과 6자회담 과정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 국가가 모여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재개하는 것이 여러 당사자에 이로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객석의 시민 참가자들도 진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힘의 논리에 비추어 주변국들이 과연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존 라이트 담당관은 “이런 논의는 불신이 원인이기 때문에 한중일 3국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상황에 공감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제임스 호어 대사는 “독일이 통일한다고 했을 때에도 유럽은 그렇게 기뻐하지 않았다. 하지만 통일 과정이 시작된 후 러시아는 동독에 개입하는 것을 거부했다. 만약 한국이 통일 과정을 시작한다면 누구도 멈추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만복 원장 “노 대통령-김정일 위원장 직접 통화 단 한번도 없었다”

이에 앞서 ‘10.4 남북정상선언과 남북관계 그리고 동아시아 평화’란 제목으로 열린 제1세션에서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사회로 김만복 전 국정원장, 백종천 전 참여정부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정책실장, 김연철 인제대 교수, 김준형 한동대 교수, 이승환 통일맞이 운영위원장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김만복 전 원장은 언론에 보도된 ‘노무현-김정일 핫라인’에 대해 “두 정상 간 의사소통을 위해 설치했지만 단 한 번도 직접 통화한 적이 없으며, 연락이 오면 김정일 위원장의 뜻으로 간주하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뿐이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 원장은 “정상 간에 뜻이 전달되는 핫라인이 있었다고 언론에 말했지만 그것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기밀이라 밝힌 적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수시로’ 통화했다는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님을 강조한 것입니다.
백종천 전 실장도 “내가 안보실장을 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 간 전화나 대화에 모두 배석했는데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전화한 적도, 배석한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정부 이후 국정과제에서 사라진 ‘평화체제 구축’ 되살려야”

이어진 토론에서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이명박정부 이후 국정과제에서 평화체제 구축이 사라졌다”고 지적하며 “요즘 야권도 경제에 비해 평화에 대한 강조가 부족한데, 평화와 번영의 양 날개로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박근혜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이나 흡수통일 어느 쪽에도 관심이 없으면서 정치적으로 계산된 고도의 전략에 따라 국민들에게 (이명박정부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남북이 서로 이런 식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나머지 2년 반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승환 통일맞이 운영위원장은 “남북관계 발전시킬 수 있는 정권이 들어서는 것이 10.4선언 실현시키는데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북한의 교류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제3세션에서는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위한 지방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강조됐습니다.

박원순 시장 “중앙정부-지방정부-시민사회 교류협력 트로이카 제안”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욕시립대 벤자민 바버 교수의 저서 <뜨는 도시 지는 국가>를 인용하며 “‘대통령은 원칙을 말하지만 시장은 쓰레기를 줍는다’는 말이 있다. 남북관계에서 중앙정부가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그 콘텐츠를 채우는 것은 지방정부와 민간의 몫”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용과 실리, 새로운 평화와 번영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라는 말입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는 세계 유수의 도시와 교류를 맺고 28개 도시에 서울시의 경험을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있는 평양시와의 만남만은 요원하다. 평양시와 만나 함께 잘 사는 길, 지속가능한 길을 열어가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대북정책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동독과 서독이 지방 자매도시 결연으로 정보와 경험의 공유를 통해 신뢰를 구축한 것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다. 중앙정부가 큰 원칙을 정하고 지방정부와 시민사회가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트로이카 체제를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통일은 도둑처럼 오는 것이 아니다. 통일은 농부의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제 통일은 민족·역사적 당위를 뛰어넘는 미래전략이어야 한다”면서 “북방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야 할 때이다. 그것이 바로 서울-평양 간 교류”라고 강조했습니다.

원희룡 지사 “노 대통령 평화의 섬 지정 취지,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담아”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의 경우, 1998년 시작한 ‘감귤 북한 보내기’로 지역사회 내에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한 네트워크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도민들이 자신의 체험으로 생생하게 교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이러한 체험이 남북교류협력사업과 관련해 발생 가능한 지역 내 갈등 극복에 귀중한 자원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2005년 1월 27일 노무현 대통령께서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제주도는 평화의 섬 지정을 매우 자랑스럽게 받아들여 평화사업 확산에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조는 남북교류협력사업에도 녹아들어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또 “남북교류협력이 가다서다 하는 것은 이를 카드로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교류협력 자체가 공존을 위한 연습이다. 근본 문제에 모든 것을 환원해버리는 식으론 전진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지속적인 성과로 남고 파급 효과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업 및 국제사회의 참여와 지지를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자구도로 가야 양자 갈등을 극복하고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문순 지사 “내부갈등부터 극복…경제적 관점에서 통일 접근해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을 했는데 대박이라는 것은 정치용어가 아닌 경제용어”라면서 “경제적 관점에서 통일을 봐야 한다. 남북 간 경제협력이 잘 되게 하려면 남북 간 평화협정과 불가침조약이라도 맺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문순 지사는 또 “북한은 조직이 아닌 사람과 일한다. 지금 그 맥이 끊긴 것이 아쉽다”면서 “남북관계는 정부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지방정부와 민간에 이양해서 지속적으로 유지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문순 지사는 “노 대통령이 퇴임하시던 2008년 2월 25일, 뉴욕필 오케스트라 평양 공연 중계를 위해 평양에 있었다. 동평양대극장에 성조기가 걸리고 미국 국가 연주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것을 보며 더 이상 갈등은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시대가 변하고 세계가 변했는데 우리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냉전 종식 25년이 됐는데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멱살잡이하고 있는 이 상태를 끝내야 한다”며 “결국 우리 내부의 갈등이 냉전을 유지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내부 갈등이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지속된 학술토론회에 참석해 자리를 지키며 진지한 토론 열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호응을 보내주신 시민 여러분과 좋은 발표를 들려주신 토론 참석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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