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칼럼200]제주의 미래, 평화와 인권
2018-04-10 11:29:29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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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칼럼200]제주의 미래, 평화와 인권


김인회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원장/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주 4.3 사건 70주년이다. 70주년이 주는 의미가 묵직하다. 70년이 지나는 동안 제주 4.3의 의미는 변해왔다. 제주 4.3을 받아들이는 우리 국민들의 태도도 바뀌어 왔다. 명칭은 폭동에서 사건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좌우의 대립이라는 이념의 틀이 사라지고 국가폭력에 의한 양민 희생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슬픔과 희생의 기억에서 벗어나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제주 4.3은 다시 태어나고 있다. 제주 4.3이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 4.3의 변화는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를 대표하여 12년 만에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은 제주 4.3이 한 지역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 것을 보여준다. 국가 전체와 온 국민이 함께 아파하고 기억해야 하는 사건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변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에서도 확인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등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이야말로 제주 도민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화해와 통합, 평화와 인권의 확고한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아픔을 기억하면서도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전체의 가치로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내용적으로 평화와 인권이라는 가치로 제주 4.3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오래된 역사는 여러 얼굴을 가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기도 하고 새롭게 해석되기도 한다. 제주 4.3도 예외는 아니다. 진상이 규명됨으로써 좌우의 이념대립이 아니라 국가폭력에 의한 양민희생이라는 진실이 드러났다. 당시 제주 인구 10%인 약 3만명이 국가폭력으로 희생되었다. 공식적으로 신고 된 희생자 14,028명 중 10세 이하 어린이가 814명, 61세 노인이 860명, 여성이 29,85명이었다. 이를 합하면 33%가 넘는다. 이 정도의 희생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좌우의 대립, 냉전의 결과물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희생이 많다. 위기상황에서 국가폭력이 어린이, 노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다는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연히 진실은 규명되어야 하고 희생자의 명예는 회복되어야 한다.
 
진상규명, 희생자 명예회복과 함께 필요한 것은 제주 4.3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 제주 4.3은 피해자, 희생자라는 위치에서 평화와 인권이라는 가치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수동적인 피해자에서 능동적인 평화, 인권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제주 4.3이 평화의 가치로 새롭게 태어난 것은 단순히 제주가 피해자였기 때문이 아니다. 평화가 인간의 생존조건이라는 것을 역사 속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제주 4.3 진상규명 작업은 한편으로는 국가폭력에 대한 반성이다.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이라는 점은 이미 많은 공감대를 갖고 있다. 제주 4.3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주 4.3 진상규명은 크게는 냉전체제에 대한 반성이고, 더 멀리는 청일 전쟁 이후 동아시아에 정착된 국제질서에 대한 반성 과정이기도 하다. 청일전쟁 이후 형성된 제국주의체제는 냉전체제로 이어졌고 결국 제주에서 국가폭력으로 폭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주 4.3을 올바르게 기억한다는 것은 국제적으로는 제국주의 체제, 냉전체제에 대한 반성을 통해 국가 사이의 불평등한 전쟁구조를 청산하고 상호 평등, 신뢰 관계를 요구하는 것이다. 최근 한반도를 중심으로 평화기운이 퍼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요구에 대한 화답이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국가 폭력에 대한 반성을 통해 시민의 자유와 안전을 국가가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최근 민주주의의 발전 역시 이러한 요구에 대한 대답이다. 이렇게 제주 4.3의 가치는 국내외적으로 평화의 가치로 귀결된다.
 
제주 4.3은 또한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제주 4.3의 피해자들은 인간의 존엄을 짓밟혔다.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길이다. 잔혹했던 국가폭력에 대한 반성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던 점도 반성해야 한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나치와 일본 군국주의의 인권침해에 대한 반성으로 인권이 새롭게 등장한 것처럼 제주 4.3은 인권의 가치를 통해 다시 해석되고 있다.
 
평화와 인권은 제주 4.3을 인류 보편의 사건으로 보게 만든다. 세계에 인권을 통한 평화를 외칠 수 있게 만든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제주 4.3의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져 이 땅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2018년 4월 5일 뉴스토마토에 실린 시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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