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칼럼118]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 폐지-찬성
2018-03-21 11:36:34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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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칼럼118]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 폐지-찬성


김인회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원장/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사의 독점적인 영장청구권을 명시한 현행 헌법 조항을 놓고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영장청구 권한 독점에 따른 검찰 권력화 등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개헌 논의를 통해 영장청구권을 헌법규정에서 삭제하거나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3일 제4차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검찰 영장청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장청구 독점폐지 찬성 측은 현 제도가 검경의 평등한 관계를 가로막고 이로 인해 일부 권력형 비리사건에서 영장이 기각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영장청구 주체를 다양화할 경우 영장청구 남용으로 인권침해 소지가 커진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우리나라 헌법에서 검사가 독점한 영장신청권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네 가지다. 법이론적 이유, 실무적 이유, 역사적 이유, 부작용이 그것이다.

우선 법이론적 이유다. 검찰의 영장신청권 독점은 영장주의와 관련이 없다. 영장주의는 신체구속·압수·수색 등 시민의 인권을 침해할 때 반드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다. 근대 시민혁명 이후 도입돼 세계가 인정하는 기본원칙 중 하나다. 법관은 행정부로부터 독립되고 헌법상 신분과 직무활동의 독립성이 보장된 판사를 말한다. 따라서 영장주의는 법관의 수사기관 통제가 핵심이지, 같은 수사기관인 검사와 경찰 간의 통제와는 관련이 없다. 법관은 행정부가 아닌 법률과 시민의 관점에서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행정부가 수사의 필요 때문에 영장을 신청하는 것과 다르다. 검사의 영장신청권 독점은 인권장전인 헌법이 규정할 내용이 아니다.

둘째, 실무적 이유다. 구속영장 신청 및 발부는 지난 20년 동안 급격히 감소했다. 1998년 구속영장 신청은 16만3,507건, 발부는 14만,297건이었다. 2016년은 신청 3만9,624건, 발부는 3만2,395건이었다. 구속자 수가 10만명 이상 줄어들었다. 이 동안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만나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구속영장실질심사제가 도입됐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대의 민주주의 발전에 힘입어 법관의 영장심사가 충실해진 것이다. 법관의 영장심사가 충실해지자 수사기관의 영장신청도 줄어들었다. 경찰의 검찰에 대한 영장신청도 1998년 18만314건에서 2015년 3만1,357건으로 감소했다. 현행 시스템은 검찰·경찰·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영장신청을 남발하고 법관이 이를 제대로 심사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관에 의한 통제가 제대로 되고 있는 이상 이런 가정은 불필요하다.

셋째, 역사적 이유다. 현행 헌법 조항은 1962년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만들어졌다. 5·16쿠데타로 국회가 해산되고 구성된 국가재건최고회의는 검사의 영장신청권 독점 조항을 헌법에 도입했다. 제헌헌법부터 제2공화국 헌법까지는 영장신청권자를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단순히 ‘체포·구속·수색에는 법관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제정 형사소송법은 구속사유가 있을 때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판사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고 정해 검사와 사법경찰관 모두에게 영장신청권을 부여했다. 이 모든 규정을 국회가 아닌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기초하고 입법했다. 민정 이양, 민주화 이후에도 이 규정은 바로잡지 못했다. 군부집권이 계속됐고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급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잘못은 아무리 늦더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넷째, 부작용이다. 원래 검사와 경찰은 평등한 관계다. 수사기관이라면 평등한 수사기관이고 기소기관과 수사기관이라면 상호 협조관계여야 한다. 기소권과 수사권은 같은 국가권한에서 파생되는 권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영장신청 후 검사의 심사와 수사지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검사의 경찰에 대한 우위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된다. 상명하복의 관계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최근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수사권 조정 권고안을 내면서 영장신청 사건에 대해 검사가 경찰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결국 검사의 영장신청권 독점 조항이 검경의 평등한 관계를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결과 몇몇 권력형 비리사건에서 영장이 기각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경찰의 수사가 부족해 영장신청이 불충분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법원이 통제하므로 문제가 없다.

검사의 영장신청권 독점 조항 폐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으로 경찰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찰의 자질이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영장신청권 독점 조항 폐지의 논거가 될 수는 없다. 대졸자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경찰의 수준이 낮다면 도대체 어느 나라의 경찰의 수준이 높다는 것인가.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는 자질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기관 간 관계정립의 문제다. 법이론에 바탕으로 두고 실무를 반영하면서 미래를 열어가는 검찰·경찰 관계 정립을 위해서는 검찰의 영장신청권 독점 조항이 폐지돼야 한다.

2018년 3월 15일 서울경제 시론입니다.
http://www.sedaily.com/NewsView/1RWZORSNL6#_enli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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