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칼럼112] 배심형 인사청문회 도입론
2017-11-27 13:06:52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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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칼럼112] 배심형 인사청문회 도입론


김인회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원장/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런 인사청문회는 어떨까? 먼저 전국 각지에서 무작위로 100명의 시민을 배심원으로 선발한다. 그 다음은 지금과 같이 인사청문회를 시작한다. 국회의원과 후보자의 질의, 응답, 논쟁, 국회의원간의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이때 배심원 100명이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본다.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다. 그리고 청문회가 끝나면 배심원들이 모여 후보자의 적격여부를 투표로 결정한다. 국회의원들은 원칙적으로 배심원들의 결정에 따라 후보자의 적격여부를 행정부에 전달한다. 또한 배심원들은 가장 뛰어난 질의를 한 국회의원 1명과 가장 저질의 국회의원 1명을 선출한다. 가장 저질의 국회의원은 다음의 인사청문회에서 배제하도록 한다. 물론 배심원들은 인사청문회마다 새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인사청문회 수준이 높아지지 않을까? 국회의원의 막말도 제법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후보자들의 검증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루어지지 않을까? 직접민주주의의 확대 사례가 되지 않을까? 만일 배심원들이 부적격이라고 판단한다면 정부에 대한 큰 경고가 되지 않을까?
이 구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이런 사례를 경험했고 또 경험하고 있다. 최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능력과 책임감을 확인하고 있다. 이 구상을 배심형 인사청문회라고 부르자. 지금의 인사청문회를 개혁할 하나의 대안이다. 인사청문회는 너무 좋은 제도지만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위기의 시대, 전환의 시대에 인사청문회도 개혁해야 한다.
신정부 출범 후 인사청문회가 겨우 일단락되었다. 홍종학 장관을 끝으로 정부 출범 이후 6개월도 더 지나 장관 임명이 완료된 것이다. 이제 수요가 있을 때 한 두 명의 인사청문회만 하면 된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청문회 과정은 너무 힘들었다. 아니 다른 정부도 비슷하다. 이렇게까지 정부 초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 정부가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 후유증도 한 두 개가 아니다. 우리들은 인사청문회의 낮은 수준, 인사청문회의 정치투쟁화, 고위직 인사들의 정치적 타격, 협치의 불가능성, 조각 지연으로 인한 행정부 인사 적체, 행정의 부분 마비 등을 목격했다.
인사청문회는 좋은 의도로 시작된 제도다. 원래 이렇게 많은 문제점이 있는 제도가 아니다. 그래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과를 남겼고 지금도 남기고 있다. 첫째, 인사의 투명성과 도덕성이 제고되었다. 최소한 노골적인 부동산투기나 위장전입은 사라졌다. 둘째, 극단적인 인사는 배제되었다. 여야가 함께 반대하는 극단적인 인사는 배제되었다. 셋째, 행정의 안정성이 증가되었다. 장관 및 권력기관장 재임기간이 평균 4.2개월 증가했다. 장관 재임기간 연장은 행정의 안정성 증가로 이어진다. 넷째, 정부의 인사시스템이 정비되었다. 아직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인사청문회는 권력분립의 원리를 실현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도 보장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은 2000년 제정되었다. 이후 인사청문회 대상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대법원장, 국무총리, 대법관만이 아니라 장관, 한국은행 총재, 특별감찰관, 한국방송공사 사장 등까지 확대되어 있다. 인사청문회 대상이 확대되어 왔다는 것은 인사청문회가 한국에 정착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인사청문회 대상은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성과 못지않게 문제점,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정부 출범 후 6개월이 되도록 장관을 임명하지 못하는 사태가 다시 생겨서는 안된다. 특히 위기의 시대, 전환의 시대에는 준비된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의 인사청문회가 미국과 달리 문제가 많은 것은 국회의원들이 정파적 이해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정치투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회의원들이 인사청문회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의 권한을 책임에 상응하여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 운영권한과 결정 권한을 서로 분리하여 질문을 포함한 인사청문회 운영은 국회의원들이, 인사청문의 결과는 시민 배심원들이 결정하도록 하면 권한과 책임이 서로 상응한다. 이를 통해 인사청문에 대한 책임감, 인사청문회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국민의 참여도 높일 수 있다.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형태다. 인사청문회 문제도 해결하고 직접민주주의도 실현하는 일석이조의 방안이다. 배심형 인사청문회는 인사청문회 제도의 새로운 단계다.


* 11월 23일 뉴스토마토에 게재한 시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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