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칼럼110] 정치는 어디까지 윤리적이어야 하나
2017-08-07 11:47:35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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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칼럼110] 정치는 어디까지 윤리적이어야 하나


김인회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원장/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사검증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능력과 도덕성 검증, 이 두 가지를 검증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이 의문은 우리에게 정치는 어디까지 윤리적이어야 하는가 하는 어려운 문제를 던진다.

최근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에 대한 야당의 청문회는 분명 도덕성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 이유는 충분히 짐작된다. 도덕성검증이 더 쉬우며, 더 자극적이고, 더 선명하기 때문이다. 도덕성검증은 구체적인 과거 행적을 대상으로 하므로 추상적인 미래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능력검증보다 쉽다. 도덕성검증은 특히 범죄, 반윤리적 행위에 초점을 맞추므로 관전자들의 감정에 직접 호소한다. 그만큼 자극적이다. 능력검증은 미래의 성과를 예상하는 것이므로 밋밋하다. 도덕성검증은 인사에 대한 확실한 반대 명분이 된다. 야당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계기인 것이다. 능력검증은 아무리 캐내도 흐릿하다. 자칫 발목잡기로 비친다.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검증이 중심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공직에 취임하려는 인사에 대해 전부를 알고 싶은 이상심리도 작용한다. 그런데 이것이 인사청문제도 본래의 취지에 맞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결론일까? 인사청문의 대상은 대법관이나 장관과 같은 고위공직자다. 국가 업무를 책임지고 운영할 사람들이다. 도덕성이 가장 중요한 성직자, 윤리 교사나 교수가 아니다. 당연히 능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능력이 뛰어나다고 도덕성에 하자가 있는 사람, 극단적으로 파렴치한 인물을 장관으로 임명해서도 안된다.

능력과 도덕성의 갈등. 이 갈등은 좀 더 크게 보면 정치와 윤리의 갈등이다. 따라서 정치와 윤리의 관계를 정확히 설정하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바꿀 수 있다. 정치는 어디까지 윤리적이어야 할까? 나아가 윤리적인 정치가 있을 수 있을까?

정치는 윤리와 매우 가깝다. 동양은 더욱 그렇다. 동양의 유교사상은 존재론, 인식론, 통치론, 윤리학 모두를 포함한다. 정치가 곧 윤리였던 것이 고대부터 근대까지 동양을 지배했다. 하지만 현대의 정치는 윤리를 배제한다. 출발은 마키아벨리다. 정치가 자신의 고유한 법칙을 갖는다는 점을 바탕으로 정치학이 성립되었다. 이때부터 정치는 윤리로부터 독립했다. 정치와 윤리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곧 윤리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정치와 윤리는 다만 차원이 다를 뿐 둘 다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다. 윤리가 정치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게 되면 위험하다. 동양의 유교철학으로 돌아갈 수 있고 정치의 힘으로 모든 사람을 윤리적으로 만들겠다고 인간개조를 할 수도 있다. 독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국가 위기 시대에 우리는 능력 있는 지도자를 요구하지 윤리적인 지도자를 요구하지 않는다. 당장 한국에서 한반도의 위기를 해결할 지도자, 일자리를 만들 지도자,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을 할 지도자를 원한다. 물론 이런 능력 있는 지도자가 윤리적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의 차원에서는 능력이 우선이다. 세월호 유족을 껴안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 교황, 스님, 목사, 민변의 변호사, 국경없는 의사회의 의사 등 여러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교황, 스님, 목사, 변호사, 의사들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정치차원에서 능력은 중요하지만 능력이 전부여서는 안된다. 우리는 극단적으로 파렴치한 인사가 지도자가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남북한의 대결을 부추기고 전쟁을 선동하고,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여성이나 아동, 외국인, 성적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지도자도 원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윤리는 정치의 외부에서 정치의 한계를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정치와 윤리는 다른 차원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다. 정치의 세계에서는 능력이 중요하지만 정치는 한계는 알지 못한다. 정치의 한계를 결정하는 것은 윤리다. 인사청문회는 정치의 일부다. 따라서 당연히 능력이 중심이 되고 도덕성, 윤리는 극단적인 인사를 배제하는 수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이번 인사청문회는 낙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만 두면 도덕성검증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인사청문제도의 한계를 확인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인사청문제도를 정치와 윤리의 관계에 맞게 능력검증 중심으로 개혁해야 한다.


* 8월 4일 뉴스토마토에 게재한 시론입니다.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769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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