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허성관의 우리가 몰랐던 참여정부 나라살림⑥
2015-11-09 08:29:37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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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참여정부 나라살림

참여정부의 재정, 조세 혁신 평가

허성관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전 행정자치부 장관)

국가경영은 궁극적으로 재정과 세제로 수렴된다. 나라의 정책을 실행하는 데는 사람과 돈이 들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는 데 사람, 시간, 돈을 적게 들이고, 주어진 예산으로 더 많은 일을 하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버리고 도움이 되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혁신이다. 재정?세제의 혁신은 바로 국가경영시스템 혁신의 핵심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경영전략을 수립, 이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겨 한정된 재원을 배분하는 것은 재정?세제 혁신의 전제다. 참여정부는 이런 관점에서 재정?세제 혁신을 추진했다. 재정혁신의 기조는 각 부처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계획, 집행, 평가, 평가 결과의 환류로 짜인 관리의 순환과정을 완결하는 것이 혁신 기조를 구현하는 구체적인 내용이다. 자신이 의사결정권을 가지면 성과가 높아지고 결과를 평가할 때 책임성이 확보되고 동기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혁신 기조는 자기가 가진 권력을 버려야만 가능해진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혁신 기조를 일관성 있게 견지했다. 앞에서 설명한 구체적인 혁신 내용에 이 기조가 잘 나타나 있다.

조세부담의 수직?수평적 공평성을 높이고 감춰진 세원을 찾아내는 것이 조세 정책의 혁신이다. 참여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지 않았다. 종합부동산세도 궁극적으로는 부동산 보유과세의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 일차 목적이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조세 분야의 혁신에서 과세의 형평성이 일관성 있게 구현됐다.

일관성 있게 추구한 재정건전성

참여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정책대안 중에서 연금을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행됐다. 이 글에서 설명하지 않았지만 최저낙찰가제, 예산집행에 대한 국민소송제는 부분적으로 실현됐다. 10조 원에 이르는 국가 R&D 예산이 전략적 관점에서 배부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부에 과학기술 혁신본부를 신설했고, 외화수입 5위 산업인 해운업계의 국제표준 세제인 톤세도 도입했다. 톤세는 법인세 대신에 보유한 선박 총 톤수에 과세하는 세제인데 해운회사들이 법인세와 톤세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참여정부는 애초 약속한 것 이상으로 재정?세제를 혁신했다.

재정?세제 혁신의 제약요소는 재정 건전성이다. 재정 건전성을 저해하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재정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재정 건전성 유지가 국가경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말해준다.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적정성이 OECD 국가 평균과 비교하면 문제가 없다든가, 경기 대응 관점에서 적자재정이 불가피하다는 경제이론적인 논의는 단기적으로 균형재정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성립할 수 있다. 국가는 물론이고 가계와 기업도 지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바로 위기의 시작이다. 이러한 사실을 깊이 인식하여 참여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일관성 있게 추구했다.

참여정부 기간 재정관련 주요 경제지표 추이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실질경제성장율(%)

7.0

3.1

4.7

4.2

5.0

4.9

통합재정수지(조 원)

-3.3

1.1

0.7

0.4

0.4

1.5

국가채무(조 원)

133.6

165.7

203.1

248.0

282.8

301.1

국가채무/GDP(%)

19.5

22.9

26.1

30.6

33.4

33.3

조세부담율(%)

19.8

20.4

19.5

20.2

19.7

21.0

지니계수

0.312

0.306

0.310

0.310

0.310

0.313

*통합재정수지=총재정수입-총재정지출

조세부담율=세출총액/GDP

지니계수는 통계청의 전국 가구 대상 조사 결과

참여정부 연평균 4%대 경제성장, 재정적자 없음

<-7>은 참여정부 동안(2003-2007) 재정 관련 경제지표의 추이이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2%였다. 참여정부는 끊임없는 유혹에도 불구하고 적자재정으로 경기를 부양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그 후유증을 다음 정권에 물려주기 때문이었다. 소위 폭탄 돌리기를 하지 않았다. 경제발전단계가 일정 수준을 지나면 고도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정도의 경제성장률은 건실한 수준이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전 기간을 통해 재정적자가 나지 않았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참여정부가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지속해서 추진했고,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계속 늘어났지만 이는 외환위기 수습을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을 국채로 전환하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외국환평행기금채권(외평채)을 국회의 동의를 받아 발행한 결과이다. 2006년까지 늘어난 국가채무 150조 원 중에서 54조 원이 공적자금의 국채전환, 58조 원이 외평채 발행이었다. 따라서 재정운영의 난맥으로 증가한 부채가 아니고 상응하는 자산도 증가한 국가채무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05년에 30%를 넘고 2007년에는 33.3%였다. 2006년 기준 OECD 평균 76.9%와 일본의 158.9%에 비해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으나 조금씩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조세부담률과 지니계수는 참여정부 내내 변동이 미미했다. 조세부담률이 약간 상승한 것은 경제의 투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세원이 확대되었고, 종부세가 시행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는 재정을 건실하게 운영했고, 큰 조세저항 없이 꾸준히 세수 기반을 확충하고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세정을 추진했다.

종합부동산세의 도입 취지는 부동산 보유에 대해 누진과세 함으로써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으로만 인식되고, 부동산 보유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언론에서 공격한 측면이 강했다. 정책이 정교하게 추진되지 못해 상당한 조세저항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해당 부처 고위 공직자 중에는 암암리에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반대하여 정책 추진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종합부동산세는 국세일 수밖에 없는데도 이를 지방세로 하자고 국세로 결정된 사항을 수차례 재론하기도 했다. 재벌에 영합하는 경제부처 일부 고위공무원의 부처 이기주의가 노골적으로 표출된 경우도 있었다.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와도 맞지 않는 법인세 인하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왜 법인세율을 인하했는지,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모든 혁신은 시대정신과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반영하게 된다. 참여정부의 재정?세제 혁신은 재정 건전성, 자율과 책임, 참여, 분권이라는 시대정신에 따라 일관성 있게 추진됐다. 이러한 혁신은 완결된 것이 아니고 시작이다. 정책들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하고, 실효성이 있는지 정기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미비한 사항이 있는지 끊임없이 보완해 나가야 혁신이 정착할 수 있다. ‘장관은 순간이고, 정권은 유한하며, 공무원은 영원하다는 엄연한 관가의 생태를 고려하면 혁신이 언제 무위로 돌아갈지 알 수 없다. 국정 책임자들의 각별한 철학만이 이를 예방할 수 있다.

시대정신이 변하면 참여정부의 재정?세제 혁신도 또 다른 혁신 대상일 수 있다. 혁신은 동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혁신에 종결은 없다. 국정 책임자들은 시대정신을 명확하게 짚어낼 수 있어야 하고, 시대정신을 공유하는 사람을 알아보고 나랏일을 맡겨야 한다. 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담보하는 1차 요건이 혁신이다. 인류 역사를 조망하면 혁신하지 못한 문명과 국가는 역사 무대에서 사라지고 꾸준히 혁신한 경우에만 융성했다.

재정?세제 혁신의 출발점은 정치인과 공무원이 나랏돈을 내 돈처럼 생각하는 정신이다. 그런 정신이 공직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가 솔선수범해 실천하면 문화가 될 것이다.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놓아도 운용하는 사람이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이런 정신을 지닌 국정 최고 책임자를 뽑아내는 것은 깨어있는 시민의 몫이다.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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